NPY(뉴로펩티드Y) 식사섭취를 줄이는 렙틴, CART 등 다양한 호르몬과 화학물질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상하부에는 식욕을 통제하는 포만중추가 있으며 CART와 NPY에 의해 조절된다.CART는 체온과 신진대사를 올리면서 식욕을 누르고 포만감이 들게 하며 NPY는 시상하부의 궁상핵에서 분비되어 배고픔을 느낄 때 체온을 떨어뜨리고 신진대사를 저하시키면서 식욕을 촉진한다. 이들 물질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으로 렙틴과 그렐린이 있다.

지방세포로부터 생성되는 렙틴은 포만중추에 신호를 보내 CART를 촉진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그렐린은 NPY를 자극하여 식욕을 촉진한다. 오늘은 그 이름만큼이나 재미있는 작용을 가진 그렐린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몸에서 만들어지는 내인성성장호르몬을 발견하기 위해 1970년대 이래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일본 심혈관연구센터의 마사야수 고지마 Masayasu Kojima 연구팀은 1999년 ‘네이처’지에 강력한 성장호르몬 촉진작용을 가지는 물질을 생쥐의 위에서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 호르몬은 성장(growth)을 의미하는 ghre 와 분비물질(releasing hormone)을 의미하는 relin을 합성해서 Ghrelin (ghre + relin)이라 명명되었다. 당시 연구의 초점은 성장호르몬 분비수용체에 강력한 결합력을 가지는 그렐린의 분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조건과 양상을 밝히는데 맞추어졌다. 연구가 진행되면서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그렐린을 투여한 쥐들에서 식욕 및 체중증가가 관찰되었던 것이다. 그렐린의 식욕증가는 이전까지 발견된 가장 강력한 식욕촉진호르몬인 NPY에 비견될만하였다는 사실에서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2001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앨리슨 렌연구팀은 Clin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지에 정맥내 그렐린주사를 맞은 자원자들이 뷔페음식을 28%정도 더 먹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같은 해 워싱턴대학의 데이비드 커밍스David Cummings 박사팀은 식사전 그렐린의 농도가 78%까지 올라가며 식사후 1시간내 최저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통하여 그렐린이 식사와 강력한 연동성을 가진다고 주장하였다. 그렐린의 혈중농도는 식사와 상관없이 새벽 1시경에 다시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렐린의 주요한 특징중 하나가 그렐린이 위장, 특히 위의 윗부분에 해당하는 위기저부에서 주로 분비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2002년 데이비드 커밍스박사팀에 의하여 New England of Journal지에 발표되었다.

위를 일부 절제하여 소장과 연결한 위우회술환자들에서 36%체중감소가 발생하였으나 오히려 그렐린농도는 정상대조집단에 비해 77%정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식이제한요법으로 체중의 17%를 감소한 환자들의 경우 24%이상의 그렐린농도증가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즉 위에서 그렐린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위수술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증명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는 성장호르몬으로 발견된 그렐린이 강력한 식욕항진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위에서 주로 분비되며 식사와 밀접한 연동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렐린의 하루 패턴은 정해져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렐린 일중주기는 그 사람의 식습관에 따라 변할수도 있다는 것이 국내연구진의 연구결과이다.

아침식사안하면 점점 더 거르게 되어

부산의대의 김형회 연구팀이 2002년 대한비만학회지 제 11권 2호에 발표한 연구는 아침을 먹는 사람들의 경우 그렐린의 아침최저농도는 식사후 2시간이 지나서 가장 낮은 반면 아침을 안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오전 7시30분에 가장 낮았다. 오전 8시에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오전 6시경부터 그렐린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해 오전 8시경에 최고치를 보이는 것(데이비드박사팀연구)과는 달리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는 오전 7시 30분에 오히려 최저치를 보이는 것이다(김형회 연구팀)
즉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정상적으로 그렐린 농도가 올라가면서 식욕을 작용해야할 오전 7시 30분에 그렐린 농도가 제일 낮아져 있어 식욕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다.물론 아침식사를 거르는 원인에는 저녁의 과식이나 늦은 야식으로 인해 그 다음날 정상적인 공복감을 방해하는 조건화된 생활습관도 한 몫하지만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면 식욕 호르몬도 적게 분비되기 때문에 아침에 더욱 밥맛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2005년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성인은 10명 중 단 6명만 아침을 챙겨먹는다. 이 조사는 정기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습관을 조사하는 것이 목표다. 결식은 필수영양분을 결핍시켜 신체의 고른 발전에 장애를 주거나 두뇌발달이 저하될 수도 있다. 이화여대 김숙희교수가 1999년 전국의 초중고교생 7,6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침식사를 한 학생은 5점만점으로 산정한 학업점수가 4.14점으로 하지 않은 학생의 3.9점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결식은 열량배분의 불균형을 가져와 오히려 비만을 초

래할수 있다.

아침을 거르면 비만하기 쉬워

아침식사가 밥맛이 없어서 못한다는 사람에게는 식욕이 당기지 않더라도 아침을 먹어보기를 권유한다. 아침을 먹는 습관을 들이면 식사시간이 다가올수록 가득 분비된 그렐린이 식욕을 자극할 것이며 아침을 먹지 않으면 위장은 그렐린 분비를 포기하게 되고 남들이 식사하는 시간에, 애꿎게 없는 밥맛만 탓하고 있을 것이다.

야식을 부추키는 그렐린 

왠지 밤샘이나 야근이라고 하면 족발과 치킨 같은 ‘기름진’ 야식이 연상된다. 여기에는 그렐린이 지원 사격으로 가세한다. 그렐린의 혈중농도는 하루 중 새벽 1시경에 다시 최고농도에 이른다(데이비드박사팀 연구). 1시경 최고조에 달한 그렐린은 밤샘이나 야근에 대한 보상심리와 더불어 야식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도록 우리의 머리를 유혹한다. 물론 렙틴도 그 시간이면 최고조에 달해 저항해보지만 장거리주자인 렙틴이 탁월한 단거리주자 그렐린의 강력한 유혹을 이기기는 힘들다. 늦은 밤 회식을 할 때 충분히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이른 새벽에 한끼 당 1000Kcal에 육박하는 해장국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데에는 식욕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음주 외에도 그렐린의 독특한 일중변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잠 못자면 살찌는데 그렐린이 배후? 

잠도 못자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데 살이 찐다는 사람들이 있다. 수면 부족이 오히려 그렐린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패트릭 스트롤로 교수팀은 20대 남성 12명을 이틀밤 동안 4시간만 자게 한 결과 렙틴수치가 평균 18% 감소했고 그렐린의 혈중농도가 28%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Am I Hungry? What To Do When Diets Don't Work 이란 책에 담았다. 만성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증가된 그렐린과 감소된 렙틴의 영향으로 잠을 안 자고 깨어있는 동안 내내 뭔가(carrot sticks)를 입에 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코멘트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성인 87,000명을 방문면접하여 진행한 미국건강통계청의 연구에서 6시간미만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의 33%, 9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의 26%가 비만한 것으로 나타나 정상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중 비만에 이환되는 비율 22%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왔다. 불규칙한 수면이 렙틴을 감소시키고 그렐린을 증가시켰다는 위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잠을 못자면 살이 빠지는 유형은 무엇인가? 이 경우는 좀더 복잡한 원인들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불면증은 지나친 걱정과 긴장, 수면을 방해하는 약물복용, 통증, 그리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적 질환들을 원인으로 가지고 있다. 위 상태의 대부분이 식욕을 저하시켜 체중을 감소시킨다.

물론 불면증은 일시적인 스트레스나 잠을 자야겠다는 강박관념, 그리고 이유없이 불면증이 생기는 원인이 더 많다.

음주와 그렐린

 음주후 음식섭취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렙틴, NPY등이 역할을 할것이라는 가설들은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렇다면 술을 먹을 때 안주로 자꾸 손이 가는 것에 그렐린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2005년 스웨덴의 캐롤린스카대학 내분비과의 얀 칼리센도르프 Jan Calissendorff 교수팀은 8명의 건강한 정상체중을 가진 일반인을 대상으로 술을 마시게 한뒤 혈중 그렐린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그렐린 농도는 30분 뒤에는 13.9%, 60분 뒤에는 17.5% 줄었다. 음주후 음식이나 안주섭취가 늘어나는 현상과 그렐린농도의 변동은 상관이 없어보인다. 연구자들은 그렐린이 특별하게 음주후 식욕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반면 한국에서 재미있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카톨릭의대 김대진 교수가 2005년 Alcohol & Alcoholism 지에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의 경우 배고픔과 무관하게 혈중에서 그렐린 농도가 항상 높게 유지되며 금주기간이 길수록 그렐린의 양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만성적인 음주가 식욕호르몬을 자극시키며 만성 음주를 하던 사람이 금주를 하게 되면 술에 대한 갈망을 NPY를 증가시켜 식욕에 대한 욕구로 상쇄시킨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의든 타의든 만성음주상태에 놓여있는 우리나라 현실의 경우 만성음주직장인들의 체내에서 그렐린이 항상 높은 농도로 놓여있게 되고 직장인들은 술에 대한 욕구를 달래기 위해 음식을 위로 집어넣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추론은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담배끊으면 살이 찐다?

담배를 끊었더니 살이 다시 찐다는 등 소문이 많다.

그리스의 알레산드로폴리스 대학의 데모테네스 부로스Demosthenes Bouros 교수팀은 금연 뒤 체중이 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흡연과 그렐린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했다. 2007년에 Clinical Chemistry 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배 한 개피를 피우면 그렐린 농도는 2분 뒤 최고조에 달했다가 15분까지 높은 농도를 유지한다. 메커니즘은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흡연이 위점막, 위운동, 위점막의 혈액순환, 자유기 free radical의 농도등에 영향을 주어 그렐린이 분비되도록 자극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카톨릭 의대의 이희진 연구팀이 2006년 Neuroscience letters 지에 발표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이다. 2달 금연후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및 식욕이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혈중 렙틴농도는 유의하게 증가한 반면 그렐린농도는 감소되었다.

연구진은 금연후 체중증가는 렙틴-그렐린-NPY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을 통하여 설명되지 않고 또다른 복잡한 요인이 있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출처-네이버오픈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