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메디 건강칼럼 - 2. 모공과의 전쟁

우선 모공은 말 그대로 털이 나오는 구멍이다.

이 구멍을 현미경적으로 관찰하면 구멍의 윗부분에 가깝게 피지선이 달려있고 거기서 분비되는 피지가 털을 타고 피부표면으로 나간다.

피부 표면에서 피지는 정상적인 피부표면의 균들에 의해 분해되고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산성의 피부보호막을 형성한다.

피지는 따라서 지저분한 '웬수'가 아니라 우리의 피부를 기가 차게 보호해주는 최첨단의 생화학무기이다.

그러한 피지의 형성에는 피부표면의 세균이 필수적이고 그 세균들 역시 우리의 적이 아닌 우리를 위해 일을 해주는 노예들이다. 노예들을 무시해서는 나라가 설 수 없다.

피지는 말 그대로 피부의 지방이다. 그 주성분은 중성지방이며 거기에 미량의 단백질과 탄수화물, 미네랄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세균에 의해 지방산으로 분해되고 분해된 것들이 땀과 섞이면서 약간 시큼한 완성품이 되는 것이다. 그 완성품과 가장 비슷한 것이 상한 우유이고 피지와 땀이 자주 고농축 되는 곳이 발가락 사이가 되고 그곳의 냄새와 상한우유의 냄새가 서로 비슷한 이유가 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모공이 도대체 왜 커지는 것일까...

위에서도 설명하였듯이 모공은 털구멍이다. 털기둥과 피부표면의 경계이다.

이 경계면은 우리 피부 표면 중 가장 약한 부분이며 화장품이나 비누성분이 쉽게 침투하는 곳이다. 비누나 화장품이 물과 기름으로 만들어져 있음을 아는 사람이 많겠으나 물과 기름을 그냥 섞어서는 잘 섞이지를 않으므로 거기에 유화제, 계면활성제, 그리고 방부제, 산화방지제, 향료 등 수십 가지가 첨가되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성분은 대체로 표시되지 않는다.

유명화장품들도 예외가 아니며 그러한 화학첨가물 범벅을 장기간 날마다 피부에 바르고 씻어내기를 반복하면서 제일 먼저 탄력을 잃어가는 부분이 바로 모공인 것이다.

거의 '반드시' 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모공이 커진 사람들은 유난히 씻기를 잘하는 사람이고 씻기를 잘하는 사람은 씻고 나서 심하게 '땡기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크림도 열심히 바르는 사람이다.

아마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 모르지만 과거의 크림은 유분이 많고 번들거렸는데 언제부터인가 인기를 끌며 등장한 로션들은 도무지 '번들거림'이 없게 되었다. 번들거리지 않는다는 것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화장품회사들은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왜 요즘 화장품들은 번들거리지 않는 것일까...

기초화장품 본래의 성분인 '기름'을 줄이고 '화학합성원료'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피지는 우리 피부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최상의 방어벽이다.

그런데 번들거리는 것을 싫어하는 여성들이 비누를 사용하게 되는 것처럼 화장품도 번들거리지 않는 것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번들거리지 않게 하는 그 화학합성원료는 또 다른 형태의 세정제로서 비누로 피지가 사라진 피부를 한 번 더 '확인사살' 하는 것이다.

원초적이고 천연적인 얘기를 한다면 본래 피지를 씻어내는 것은 좋지 못하다.

다만 먼지와 공해가 심하다 보니 씻는 것은 불가피한 듯 보인다.

우물이나 생수만으로 세안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옛날처럼 창포물로 목욕을 하고 녹즙으로 린스를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한 전통의 방식은 일정량의 피지를 보존해준다.

그렇게까지는 아닐지라도 적당량의 '비누사용'은 금새 건강한 피부로 돌아온다.

그러나 오늘날의 도시여성들은 짙게 화장을 하고-물론 천연기름이 아닌 합성세정제가 듬뿍 담겨있는 화장품으로-저녁이면 비누와 클렌징폼을 사용하여 철저하게 모공안쪽까지 '뽀드득' 소리가 나게 씻어내고 그나마 숨어있는 소량의 피지마저 또 다른 형태의 세정성분이 가득한 보습제와 에센스로 날려버리는 것이다.

이런 생활을 오래도록 반복하면 제 아무리 매끄럽고 뽀얀 피부라도 모공이 벌어지고 기미들이 올라오지 않고는 못 베기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일을 경험하면서도 도무지 어째서 그렇게 되는 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거기에 여전히 화장품을 더 바르라고 권하는 화장품매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피부과 의사들마저 정확한 문제인식이 되어있지 못하고 기초적인 화장품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터라 사정은 더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일반인들은 의사들이 '대단한 식자'인 줄로 알고 있으나 의사들이 가진 지식은 대부분 알량하기 짝이 없는 편협된 것들인 경우가 일반적이며 의사가 된 후 꾸준히 책을 읽고 공부할 생각은 안하고 과거의 학벌이나 학위를 우려먹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이것은 비단 의사들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사회 자체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로마의 전차군단보다도 더 혹독한 공부를 하지만 일단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그야말로 '바보 멍청이'가 되어 졸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저마다 학벌과 출신으로 아예 인생자체를 '쉽게' 즐기려는 것이다.

얼마 전 보도된 미대교수의 허위학위사건은 그 교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일그러진 면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암튼 모공이 확대되는 것은 너무 바르고 너무 씻어대기 때문이다.

덜 바르고 덜 씻는 시골여성과 부지런히 씻고 바르는 도시여성의 피부를 비교하면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