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메디 건강칼럼 - 1. 피부는 신음한다

여성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클렌저는 사실상 방부제와 향료, 유화제와 기타 여러 화학물질의 복합제이며 그러한 것들의 안전도나 장기적 사용에 따른 피부반응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한 화장품의 오랜 사용이 현재 도시여성들에게 안겨준 것은 위에 열거한 증상들 뿐인 것은 분명하다. 밤낮으로 씻어내다 보니 각질층이 얇아지고 모공이 벌어진다.

피지가 씻겨 사라지고 나면 모낭은 피지생산을 증가시킨다. 피지는 천연의 피부보호막인데 이를 밤낮으로 씻어내니 피지샘도 발달을 하는 것이다.

 얼굴의 T존 부위에 늘어난 모공과 실핏줄은 다 이러한 '지나치게 씻음'으로 인한 것이다. 게다가 세안 후 바르는 화장품 용기 입구 주변에 득실거리는 세균들로 인한 피부트러블까지 생각하면 조심해야 할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안 씻을 수는 없을까...

안 씻기 위해서는 화장을 짙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도시여성들의 화장이 짙어진 것은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해야 하므로 그리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도시여성들이 짙은 화장을 하게끔 만드는 사회분위기와 성형의 열풍에 휩쓸리게 하는 시대의 문제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거기에 한 몫 더하여 자동차 배기가스와 인스턴트 식품, 수많은 플라스틱제품, 각종 입맛을 돋우는 조미료와 향신료 등은 신체의 내부로부터의 대사이상을 불러일으켜 입과 코 주변, 이마 등에 때늦은 여드름을 만들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이러한 공해와 좋지 못한 성분들이 아토피를 유발하지만 성인의 경우 각종 피부트러블과 잦은 목감기, 알러지, 천식 등을 일으키게 된다.

얼마 전 시내 어느 한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모발검사는 국제 허용기준치의 열배가 넘는 중금속이 검출되어 충격을 준 바 있다. 하지만 이제 도시생활을 10년 정도 한 어린이들이 그 정도라면 20년 30년을 도시에서 살아온 어른들의 경우는 가히 짐작할 만 하다. 오히려 도시에서 살면서 특별한 중병에 시달리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당장 현재 내 몸에 이상이 없는 듯 해도 이미 도시의 성인 남녀들은 조기 당뇨병, 조기 고혈압, 만성 기관지염, 전립선염, 성기능감소, 탈모, 생리불순, 각종 피부염 등으로 한 두가지 쯤 고통받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이미 역학조사에서 나타나듯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은 매우 심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5분 진료에 시달리는 의사들로부터 그 해명과 대책을 얻기에는 개울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의사들 역시 그나마 5분 진료라도 열심히 해야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세상이므로 이러한 심각한 공해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연구하기에는 그들의 상황이 너무도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상에는 각종 건강식품과 영양보조제가 검증도 없이 범람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에서 애꿎은 국민들만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집안에 아토피 어린이가 있는 부모는 자기들의 아이가 받고 있는 엄청난 고통과 부모 자신들의 가슴앓이가 결국 굴뚝같이 되어버린 도시의 하늘과 화학공장처럼 되어버린 식료품점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그동안 의원을 찾아다니며, 혹은 영양보조제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찾아다니며 돈과 기력을 탕진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인들의 피부는 오늘도 신음한다.

시내 곳곳의 유명 피부과 의원들도 피부를 보호하고 예방하기보다는 값비싸고 '돈이 되는' 시술들을 앞다투어 경쟁하는 실정이며 그러한 병원을 다니면 다닐수록 피부가 더 몸살을 앓는다는 것은 이미 이를 경험한 이들을 통해 무수히 알려진 바이다.

현재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찾아 다니는 사람들의 과반수 이상이 불필요한 시술을 받고 있으며 현재 피부과에서 시행하는 여러 종류의 시술들이 과연 궁극적으로 피부에 유익한 결과를 주는가 하는 물음에는 매우 회의적인 답변만 대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언제나 한 해가 멀다하고 새로운 장비들이 나타나며 비슷한 장비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지만 언제나 시술비는 한결같이 백만원이 넘어간다. 장비가 비싸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대부분의 그러한 비싼 장비들이 국내에 수입되는 과정에서 두세배로 가격이 부풀려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시술비 만큼이나 효과가 좋은 장비들이라면 왜 해마다 바뀌어가는 것일까...

해마다 새로운 장비가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러한 종류의 시술들이 불완전한 것들이며 모순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비정상적인 시장 분위기를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의사들의 진료환경이 열악하다보니 너도나도 미용 전문의가 되어 아픈 환자 치료하기보다는 점 빼고 털 뽑는 미용사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의사들을 탓할 문제가 아닌 사회전체의 구조적 모순인 것이다. 나 역시 지나치게 짙은 화장, 너무 철저한 클렌징, 불필요한 시술 등으로 인해 심각한 피부질환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필링으로 얇아진 피부, 여드름연고와 피지조절제로 인한 약 부작용, 심각하게 드러난 실핏줄과 커질대로 커져버린 모공 등은 화장을 가볍게 하고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바로잡기 어려운 듯이 보인다.

많은 종류의 시술은 반드시 그 필요성 여부와 적절한 진단이 확보된 상태에서만 시술되어야 하며 피부의 재생주기를 앞지르지 않는 수준에서 반복될 수 있다. 유명상표의 화장품이나 유명병원만을 찾아 다닐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피부를 자신이 스스로 이해하고 건강에 관한 중요한 사실들을 공부함으로써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