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 증후군 
 
최근 조사에서 한국인 평균 수명이 남성 73세, 여성 80세에 이르렀다. 이렇게 수명이 연장되면서 얼마나 오래사느냐 보다는 얼마나 건강하게 잘 사느냐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최근들어 웰빙을 추구하는 분위기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경쟁과 불안 속에서 스트레스와 피로에 지쳐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경제가 어렵다는 요즘은 사업가, 근로자, 가정주부 누구나 할 것 없이 근심과 스트레스를 지니고, 웃음을 잃은지 오래다. 
 
이런 여러 가지 사회 문제와 사회 분위기가 만성피로증후군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mdrome)이라는 명칭은 1988년 CDC(미국질병통제센터)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된 이후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일을 하다 쉽게 지치고 몸이 나른해지면서 수면을 취해도 피로가 계속되는 증세가 6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것을 일컫는다. 복잡한 사회 구조 안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증상의 약 50% 이상은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 등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을 동반하며, 신체적으로는 갑상선질환이나 결핵, 간염, 당뇨병 등 여러 질병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살펴보면 피로는 한방병증 중 허로, 노권상, 기허 등에 속하며, 원인은 脾胃虛弱(비위허약: 소화기 기능이 허약한 것), 肺腎陽虛(폐신양허: 폐장과 신장의 기능이 허약한 것), 六淫(육음: 외부의 여섯 가지 나쁜 기운), 부절제한 생활, 정신적인 과로 등으로 인한다고 본다.  
 
피로의 증상으로는 나른함, 무력감, 쉽게 누우려 함 등의 가벼운 정도로 시작되지만 점점 심해지면 두통, 어지러움, 불면, 식욕부진, 신경과민, 무기력, 의욕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이들 증상은 또 피로한 정도를 더욱 심화시켜 경우에 따라서는 질병의 형태로까지 발전시키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피로를 느끼게 되면 그때그때 적절한 방법으로 피로를 해소시켜 주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로가 쌓이게 되고 피로가 채 가시기 전에 또 다시 피로가 오면 만성피로의 형태로 된다.
피로의 원인으로는 과로, 수면부족, 영양부족, 체질적인 소인, 스트레스, 정신적인 충격, 불안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업무에 대한 흥미나 의욕이 없을 때에도 피로를 쉽게 느끼게 된다. 또한 지나친 휴식이나 피로를 풀기 위한 레크리에이션도 과도하게 되면 피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선천적 허약증, 노화, 영양불량, 피로, 만성질환 등이 원인인 경우에는 원기와 기력이 없고 쉽게 피로하고, 몸을 움직이기가 싫어지고, 말하기가 싫고, 말에 힘이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맥이 약하고 주로 소화력이 약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게 되는데, 한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인삼이나 황기, 백출 등 성질이 따뜻하고 몸을 보해주는 한약으로 기력을 돋구어 주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그 외에 한방치료로는 약물요법과 침구요법, 부항요법, 추나요법 등이 있다. 침구요법은 일반 침이나 뜸을 이용해서 기혈 순환을 돕고 경락을 자극하여 피로의 원인을 제거해 준다. 경혈을 이용한 지압요법은 등뼈 목덜미의 첫번째로부터 좌우로 3cm쯤 되는 부위(족태양방광경락)를 아래쪽으로 계속 눌러 내려가는 방법인데, 피로가 개선된다. 이 원리는 오장육부의 기능점이 모두 인체의 등쪽에 분포되어 있어서 내장 기능의 이상을 조절해주는데 탁월한 반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항은 등 부위에 자극을 주어 체내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하고 면역력을 높여 신진대사를 이롭게 한다. 추나요법 또한 자세 불량으로 인하여 뼈와 근육 등에 이상이 생겨 온몸이 뻐근할 때 비뚤어진 척추와 골반을 바로 잡아 신체의 균형을 맞추고 기혈순환을 원활히 하여 피로를 빠르게 회복시켜 준다. 그리고 가정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족탕과 반신욕은 만성적인 피로로 인한 근육과 신경계의 긴장을 풀어주는데 효과적이다. 족탕은 발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때문에 피로를 풀어주는데 좋으며, 반신욕은 하복부를 비롯한 하체 전체의 혈액순환을 도와 장운동과 내분비 기능을 도와주며,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데 좋다. 40~42℃ 정도의 따끈한 물에 10~15분 정도 발이나 배꼽 아래까지 담그고 피부를 문질러 주면 더욱 효과가 좋다.  
 
이 밖에 인삼, 오가피, 오미자를 응용한 한방차도 피로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사과는 식욕을 촉진하고 몸 안에 쌓인 피로물질을 제거하며 대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준다. 식초는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를 원활하게 해주므로 자연식초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하루 2～3숟갈 정도를 생수에 타서 마시면 된다.  
 
모든 병이 그러하듯, 만성피로증후군도 마음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인 사고,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식사는 만병을 물리치는 근원이 된다. 그러나 만일 피로회복을 위해 적절한 방법을 응용하였는데도 피로가 가시지 않고 만성화된 형태로 남아 있다면, 이것은 질병의 전신증상의 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의료인의 진료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