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이육사의 시 ‘청포도’에서 느끼는 감흥처럼 포도는 풍성한 여름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포도’라는 이름은 유럽종의 원산지인 중앙아시아 지방의 원어 Budow에서 유래되었으며, 우리나라에 포도가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로 추정되지만 실제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조선 숙종 때 편찬된 ‘산림경제’다. 당시 포도는 임금님께 진상된 주요 품목으로 귀한 과일에 속했다.

포도는 효능 면에서도 그 어떤 과일에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포도의 독특한 단맛은 포도당과 과당 때문인데, 설탕 같은 당분은 우선 위에서 분해된 후 장에 가서야 흡수되는 반면 포도의 당분은 막바로 소화흡수되어 피로회복 효과가 탁월하다. 허기지고 피곤할 때 포도 한 송이만 먹으면 금방 속이 든든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한 포도에는 각종 비타민과 단백질, 탄수화물, 철분, 나트륨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으며, 특히 포도에 풍부한 유기산은 체내 독소를 분해하고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여름철 더위에 지쳐 심신이 피로하거나 갈증이 날 때 포도를 먹으면 이런 효과가 더욱 빠르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포도가 심장병과 암 질환까지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심장학회 발표에 따르면 포도 주스에 함유된 식물성 색소인 플라보노이드가 혈전 생성을 억제하여 심장병과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플라보노이드는 녹차를 비롯해 일부 과일이나 야채에도 들어 있지만 유독 포도주스와 포도주에 함유된 것만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쇠고기, 양고기, 거위간, 버터, 생크림 등 고(高)콜레스테롤 음식을 많이 먹어도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식사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마시는 포도주 때문이라 한다. ‘프렌치 패러독스’라는 말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이는 포도주의 항산화물질로 알려진 폴리페놀 성분이 동맥경화, 고혈압 등 혈관계 질환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도 포도는 기혈을 보하며 몸을 든든하게 해주는 최상의 강장제로 본다. ‘신농본초경’에 따르면 근골과 습비를 다스리며 살찌게 하고 튼튼하게 하며, ‘성혜방’에서는 태아가 위로 올라와 심장이 압박을 받을 때 포도를 달여 탕으로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한다. 또 다리통증이나 각기 증세가 있을 경우엔 포도의 뿌리와 넝쿨, 잎을 진하게 달여 그 물에 씻거나 담그면 좋다.

포도를 먹을 때 흔히 농약을 염려하여 지나칠 정도로 깨끗이 씻는데, 이렇게 하면 포도 특유의 효능이 떨어진다. 포도껍질에 묻은 하얀 분말은 농약이 아니라 천연 당분이므로 소금물에 살짝 씻어내는 것이 포도 고유의 향과 효능을 제대로 살리는 방법이다.

좋은 포도 골라 맛있게 먹는 방법

고를 때는…
알맹이가 터질 듯이 탄력 있고 전체적으로 빛깔이 고른 포도를 선택한다. 얼룩이 있거나 가지가 갈색으로 마른 것은 피한다. 초여름에 나온 포도는 신맛이 강하고 한여름이 지나 수확한 포도는 단맛이 많이 난다.
먹을 때는…
포도송이는 위쪽이 가장 달고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신맛이 강하다. 때문에 아래쪽 알맹이부터 떼어 먹으면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 먹는 것이 좋으며, 알맹이를 떼어 냉동보관하면 오랫동안 포도의 맛이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