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날 먼 산 아지랑이 사이로 동구 밖 실개천에 기지개 펴며 태동하는 버들강아지의 눈뜨는 새로움처럼 꽃을 피우기 위해 몸살 하 는 꽃샘추위처럼 아픔 뒤에 열리는 꽃망울의 외침처럼 조 갈 조갈 시냇물에 언 눈 녹이며 그렇게 오는 것이 봄 같은 너라면
무덥고 폭폭 찌는 여름날 예고 없이 하늘을 열고 우르릉 꽝 퍼 붓고 지나가는 소나기의 절규처럼 그렇게 느닷없이 다가와서 시원함을 퍼주고 가는 것이 너라면
세상만물에 풍요로움과 허전함을 함께 주는 가을날 하늘이 주는 물감은 세상을 덫 칠 하는 하나님이 창조하는 명화에 대서사시 그 날에 아름다움을 아름안고 풍요와 함께 가을날의 씨앗을 익히며 감나무의 홍시처럼 붉으스레 수줍음으로 오는 것이 너라면
텅 빈 산하에 드리우는 은 빛 겨울날 길가에 군고구마 장수가 그리워지는 계절에 군고구마 한 봉지 사들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군고구마 나눠들고 입가에 숯검정 묻혀가면서도 앗 뜨거워 호호 불며 맛있게 먹는 그 따끈따끈한 따스한 정처럼 늘 정으로 보고픈 사람이 너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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