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조심 / 정연복

며칠 전
바삐 길을 가다가

바로 눈앞에서 개미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개미는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고 있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
내 발에 밝혔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껏 육십 년 가까이
지상을 거닐면서

내 발에 밟혀 죽은
벌레들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수백 수천은
훌쩍 넘을 것입니다

어쩌면 수만 수십만이나
될지도 모릅니다.

나도 끝없이 넓은 우주에서
한 점 먼지에 불과한데

작디작은 점 하나 같은
벌레들을 밟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길을 걷고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조심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